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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번역 괴담) 스릴을 느끼다

파봉안 2016. 10. 16. 19:23


출처 : https://redd.it/4998kg

번역 : 나폴리탄 블로그


그 점쟁이는 틀리는 법이 없었다.

돈과 배짱만 가지고 찾아간다면, 당신이 죽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그녀를 찾아간 사람들한테서 무엇을 봤는지 들었고, 그 예언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도 보았다.

내가 나 자신의 미래를 보기로 결심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가 보여준 시야는 놀라웠다.

점쟁이의 수정 구슬을 쳐다보자 주변 풍경이 희미해지더니, 어느 새 나는 집 근처의 샛길을 걷고 있었다.

어둠 속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차고 건조한 바람이 코를 스쳤다.

그리고 눈 앞이 어두워졌다.

나는 내가 어떻게 죽는지 보지 못했다.

점쟁이는 모든 사람이 죽는 그 순간을 보는 것은 아니라며, 이따금 죽기 직전까지만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하기로는, 그 수정구는 우리가 알아야 할 만큼만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그 경험은 내 삶을 바꿔놓았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 때, 위험한 일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된다.

내가 죽게 될 그 샛길? 집으로 향하는 길은 그것 이외에도 많았다.

나는 그 샛길만을 피해가면 아무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번지 점프나 스카이 다이빙, 심지어 상어와 헤엄치더라도 다칠 일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됐다.

내가 본 미래에서 내 몸은 멀쩡했고, 따라서 어떤 장애가 생길 염려도 없었다.

한동안 멋진 스릴을 즐겼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위험이 없는 스릴은 금세 식어버렸다.


오해하지 말기를, 나는 아직도 극한 스포츠와 아슬아슬한 모험을 즐긴다.

저번 달에는 황소로부터 도망치기도 했다. 정말 멋졌지.

그러나 최근에는 조금 다른 형태의 스릴을 즐기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해가 진 후에, 코트를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와, 그 길을 걷는다.

그래, 바로 그 길 말이다.


샛길을 따라 걸어내려가면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듣는다.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이 날리는 것을 느낀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자신이 변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깎아내지른 듯한 절벽과 위협적인 상어, 달려드는 황소 앞에서도 굳건했던 마음이 부서져 갔다.

시야가 어두워졌던 그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죄여들고 등골이 오싹거렸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에 맞춰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나는 몸을 떨며 눈을 감고, 지금이 바로 내가 죽는 때일까 생각했다.

눈을 감은 채로 걸음을 재촉하며, 언제 찾아올지 모를 어떤 짐승의 시퍼런 송곳니에 대비했다.

공포심이 넘쳐 흘러 버틸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다시금 눈을 뜬다.

샛길의 끝이 보일지, 사신의 형상이 보일지 모르는 채로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나는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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