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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레파스를 가지고 놀기도 전에 바늘을 손에 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것은 레이스가 달린 접시 깔개였다.
내게는 전혀 간단한 작품이 아니었다.
만드는 내내 좌절하며 울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내 뼛속 깊은 곳에 뜨개질이 새겨져 있었다.
적어도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할머니는 아름다운 바늘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세트는 마호가니 상자에 보관되던 스물 세 쌍의 상아색 바늘이었다.
대대로 우리 집안에 전해져 내려오던 물건이었다.
나는 나만의 세트를 작은 핑크색 상자에 보관하곤 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는 장례식장의 열린 관 앞에 섰다.
누운 할머니의 어깨를 내가 직접 짠 숄로 덮어드렸다.
할머니의 팔은 왠지 납작하고 부자연스러워서 마치 뼈가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 눈길을 끈 것은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었다.
한 번도 그 손이 이렇게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을 물려받았다.
변호사가 유언에 따랐다고 거듭 말하며, 신경쓰이는 눈초리로 내게 집 열쇠를 건넸다.
할머니 집에 도착한 나는 거실로 들어서서 수제 담요를 몸에 걸쳤다.
마호가니 상자가 내 앞의 커피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열었다.
스물 네 쌍의 황백색 바늘들이 안전히 자리잡고 있었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 바늘들은 전부 같은 색인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한 쌍은 거의 순수한 하얀색이었다.
각각의 바늘에는 이름과 두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그 이름들 대부분을 족보에서 보았던 것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그 마지막 한 쌍에는… 나 자신의 이름만큼이나 익숙한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미리엄 로즈, 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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