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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번역 괴담) 가보

파봉안 2015. 1. 1. 21:37

출처 : http://redd.it/2p7tac

번역 : 나폴리탄 블로그


미리엄 할머니는 나한테 뜨개질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나는 크레파스를 가지고 놀기도 전에 바늘을 손에 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것은 레이스가 달린 접시 깔개였다.

내게는 전혀 간단한 작품이 아니었다.

만드는 내내 좌절하며 울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내 뼛속 깊은 곳에 뜨개질이 새겨져 있었다. 

적어도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할머니는 아름다운 바늘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세트는 마호가니 상자에 보관되던 스물 세 쌍의 상아색 바늘이었다.

대대로 우리 집안에 전해져 내려오던 물건이었다.

나는 나만의 세트를 작은 핑크색 상자에 보관하곤 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는 장례식장의 열린 관 앞에 섰다.

누운 할머니의 어깨를 내가 직접 짠 숄로 덮어드렸다.

할머니의 팔은 왠지 납작하고 부자연스러워서 마치 뼈가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 눈길을 끈 것은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었다.

한 번도 그 손이 이렇게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을 물려받았다.

변호사가 유언에 따랐다고 거듭 말하며, 신경쓰이는 눈초리로 내게 집 열쇠를 건넸다.


할머니 집에 도착한 나는 거실로 들어서서 수제 담요를 몸에 걸쳤다.

마호가니 상자가 내 앞의 커피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열었다.


스물 네 쌍의 황백색 바늘들이 안전히 자리잡고 있었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 바늘들은 전부 같은 색인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한 쌍은 거의 순수한 하얀색이었다.

각각의 바늘에는 이름과 두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그 이름들 대부분을 족보에서 보았던 것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그 마지막 한 쌍에는… 나 자신의 이름만큼이나 익숙한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미리엄 로즈, 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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