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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번역 괴담) 같은 소리가 난다

파봉안 2019. 2. 23. 11:30


출처 : https://redd.it/aqbpg6

번역 : 나폴리탄 블로그


시간은 새벽 씨발 두시였고 누군가 우리 집 나무 현관문 바깥의 철문에 주먹을 두드려대고 있었다. 난 아침에 해야 할 일이 있었고 어떤 장난질도 참아 줄 생각이 없었다. 금속에 주먹을 부딫히는 시끄러운 소음이 내 신경을 긁어왔고, 몸을 일으켜 시계를 확인했다.


나는 이불을 걷어내고 어두컴컴한 집 안을 촉감과 기억에 의지해 걸어갔다. 거실은 하나의 커다란 그림자였다.


찬 공기가 맨 가슴에 닿았다. 나무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완전히 닫는 걸 잊었던가? 아무렴 어때. 난 어서 잠에 들고 싶었다.


나는 나무 문을 당겨 열고 철문에 손바닥을 쾅 내리치며 "대체 씨발 원하는 게 뭐야?"라고 말을 꺼낼 준비를 했다. 그러나 첫 단어를 꺼내는 내 눈 앞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못 본 것은 아닌지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래, 아무도 없군. 찬 공기와 빈 거리와 노란 가로등뿐이었다,


나는 철문을 닫아 잠그고, 뒤의 나무문 역시 꽉 닫았다. 이마를 문지르며 다시 잠을 청하러 침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철문이 쩌그렁거리는 시끄러운 소음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까보다 더 큰 소리였다. 눈을 번쩍 뜨고 숨을 낮게 내뱉었다. 동네 애새끼들이 장난질을 치고 있는 거겠지. 그 놈들 얼굴을 마주치기 바라며 어두운 거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나는 얼어붙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공기는 다시 차가웠고 나무 문은 또다시 열려 있었다. 이번엔 분명히 닫았는데.


그러나 내가 제자리에 얼어붙은 이유는 무엇인가 끔찍하게, 무시무시하게 잘못되어서였다. 그림자는 더 짙어져서 불확실한 공포의 구덩이가 되었다. 어둠의 장벽이 시야를 가리고 거기 숨어 있는 게 무엇이든 간에 숨겨주고 있었다.


빌어먹을 문을 분명히 닫았어, 그건 확실했다. 식은땀이 얼굴과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고 몸이 떨려왔다.


그림자 안에서 무언가가 왼쪽으로 움직였다. 카펫에서 나는 작은 소리와 공기 흐름의 작은 변화가 일었다. 거기에 있다는 걸 알기엔 충분했지만, 어둠 속에서 나를 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정말로 간단한 원리였는데.


철문은 안에서든 밖에서든 두드릴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같은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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