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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redd.it/cdw6m7

번역 : 나폴리탄 블로그

 

나는 오직 죽음만을 두려워한다고 아내 사라와 아이들에게 종종 이야기했다. 다른 무엇도 내겐 두렵지 않았다. 높은 장소나 거미 따위도 마찬가지였다.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만이 내 공포였다.

 

이제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아니, 오히려 환영한다. 이 끝없고 영원한 시간 속에서 간절히 청한다.

 

나는 잠들지 않는다. 그러니 휴식조차 취할 수 없다. 강제로 깨워진 채 안치되어, 공허하고 끊임없이 뛰는 내 심장 소리만을 들을 따름이다. 저주나 다름없다. 이런 운명을 맞이할 만큼 잘못된 인생을 살아왔던가.

 

가족들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나를 이미 죽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찾아올 때면 나는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내 안치소를 고해실처럼 사용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털어놓았다. 하지만 나는 듣고 있다. 들을 수밖에 없다.

 

긴 시간이 지나며, 가족들의 방문이 점차 뜸해진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사라가 맨 먼저 방문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내게 용서와 이해를 빌면서, 결국 아이들의 소망을 받아들이고, '새 가정'을 꾸렸다고 말했다. 새아버지는 아이들을 다정하게 대해주었고, 아이들은 그 남자를 진정 아버지로 받아들여주었다고 내게 전했다.

 

"당신도 내가 새로운 사람을 찾길 바랐을 거야." 내 조용한 항의를 듣지 못한 채,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이는 우리를 지켜주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야." 아직도 뛰고 있는 내 심장에 대못을 박았다.

 

그 날만큼 죽기를 원했던 적이 없었다. 이 끊임없는 고통을 끝낼 수만 있다면야.

 

마이클은 두 번째로 방문을 멈추었다. 녀석은 '아버지'로서 자신에게 남자답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지 못한 내가 밉고 원망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본인의 미성숙함에 대해 내게로 화살을 돌렸다.

 

최근에 있었던 르네의 방문은 고통스러웠다. 딸이 내가 아닌 새아버지와 함께 이 안치소로 향해 오는 걸음소리가 울렸다. 내게 자신의 첫 아이가 한두 달 뒤면 태어난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르네는 뻔뻔하게도 나에게, 그녀를 지켜봐 주며, 내가 이토록 떠나기를 원하는 세상으로 손녀딸을 무사히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 기도에 침을 뱉었다.

 

르네의 솔직한 고백에 따르면, 그녀는 이 긴 세월이 지나고 나서도 내게 계속 신경 써주는 것은 자기뿐이라고 생각했다. 내 안치소로 점점 자주 방문하는 것은, 자신의 상냥함을 친구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이야깃거리로 삼기 위해서였다.

 

아빠와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더라면, 진즉에 호흡기를 떼 주었겠지.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녀는 내가 원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찌 보면 내 탓이기도 했다. "아빠는 오직 한 가지만을 두려워했어요." 그녀가 간호사에게 말했다. "아빠가 이제 깨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아빠라면 이러길 바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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